조선이라는 철저히 공식적으로 성리학적인 사회의 외부가 보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 볼 수 있다. 연경이나 저승으로 대표되는 '非조선', '비성리학적 사회'가 등장하는데, 그곳은 숙부인의 '그곳(저승)에서라면 우리가 부부라한들 뭐라 할 사람이 없겠지요.'라든가 연경으로 꼭 가고싶다는 말에서 잘 드러난다. 이들 '비조선'은 성리학적 도덕에 구애받지 않고 남녀간의 욕망대로 사랑을 이루어 살아갈 수 있는 공간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이미 조선 사회 내부에서도 '비조선'이 나타나고 있다. 조씨부인이나 조원의 태도에 드러나듯이 이제 더 이상 조선사회내 사람들은 성리학이 상정하는 도덕적 인간을 위한 자기수양에 힘쓰지 않으며 오히려 그러한 공식적 질서 하에서 나름대로 스스로의 더 본연적 욕망-이를 테면 사랑-에 더 충실한 삶을 살고자 한다. 이제 성리학적인 도덕이나 예법이 아닌 인간의 본연의 욕망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더 이상 사람들은 성리학적 도덕에는 관심이 없으며 오히려 욕망에 충실한 삶을 가장 좋은 삶으로 평가한다. 이제 사람들은 마음껏 욕정을 품고 마음껏 사랑하며 마음껏 질투한다. 그리고 숙부인의 말에서 드러나듯이 이러한 태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조선 사회 내에서의 비공식적인이고 은밀한 욕망의 삶을 누리는 것에서 이제는 이러한 욕망의 삶이 공식적으로도 용인되는 보다 더 자유로운 욕망이 가능한 공간으로서 저승과 연경을 꿈군다.(연경과 저승은 욕망이 충만한 하나의 이상적 사회로서 상정되는 것이다.) 이렇게 다른 사회-비조선을 꿈꾼다는 것 자체가 이미 충분히 조선이라는 정치공동체에 전복적인 움직임의 시작이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결말 부분에서 숙부인의 내세로의 선택과 조씨부인의 연경행을 암시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두 여자주인공은 이미 그러한 조선 밖의 사회를 선택하고 그곳을 지향하는 전복적 행위를 실천하는 단계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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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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