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전적 실패를 도덕적 해이로 판단당하는 현실과" -빅이슈 59호 편집장 글머리 중. 


여느때처럼 횡단보도를 건너는 중이었다. 건너편의 그는 책자를 손에 쥐고 팔을 들어 외치고 있었다. 그가 외치고 있는 책자의 이름은 그가 홈리스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지만, 당당하게 서있는 그의 자세와 표정과 눈과 소리는 그러한 사실에 내가 익히 보아오던 홈리스들의 모습에 전혀 상응되는 것이 아니었다. 기계적으로 지나치던 나는 그를 잠시 지난 지점에서 잠깐 멈춰서서 간간히 사서 보던 남성지들이 요즘에 볼 내용이 없더라는 생각을 반추해내고 몇가지를 좀 더 생각해보고 방향을 돌렸다. 그리고 오늘 새로 택배로 얻은 옷이 스스로에게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에게 다가가 돈을 주고, 잡지를 하나 얻었다. 오늘같은 날씨에 몇시간동안 서있으면서 그렇게 외쳐대고 있어서인지 돈을 주면서 닿은 손 끝이 차가웠다. 이에 책자를 받아 돌아서면서 나는 겸연쩍었다. 그리고 약간의 무언가 섭섭함과 미안함과 고마움과 등의 여러가지 복합적인 감정을 느꼈다. 그러다 나는 내가 딱히 그런 감정을 느낄 이유는 없음을 생각해내고, 다시 가던 길을 걸었다. 잡지 안의 저 글을 보고 그의 그 모습이 다시금 떠올랐다.


(2013.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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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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